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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전시는 작업의 출발에는 있었으나 끝내 사라지고 마는 결여의 조각을 찾아나서는 여정이다. 세 명의 작가는 그동안 작업을 이어나갈수록 점차 중요한 부분은 휘발되고 결국은 골격이나 음영 또는 기운만 남는 아이러니를 느꼈음에 주목한다. 그 결여의 조각을 마주할수록 각자의 약점이나 숨기고 싶은 것, 없애고 싶은 것, 작업에서도 드러나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인 동시에 작업의 핵심이자 원천으로서 각자에게 존재하는 것임이 드러난다.
이렇듯 각자 휘발되고 사라진 부분이 결국 작업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면서도 흥미로운 지점으로 발하게 되었고, 이 휘발점이 결국 우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지점이자 작업의 원동력이 아닌지 모색하며 작업의 핵심을 다시 되짚어 보게 된다.따라서 <뭍╼╼자국>은 각자 무의식중에 묻어 두거나 눈 감아 두었던 결여의 조각들을 마주한다. 작업에서 휘발하고 싶은 부분을 추적하고 꺼내어 보는 행위는 어찌 보면 각자 온전히 마주 보기에 두려운 부분인 것이기에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지금까지 실체 없이 내면에서 계속해서 부풀려지던 부분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것들을 마주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실체 없음에 일렁이던 두려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전시 제목인 <뭍╼╼자국> 에서의 읽을 수 없는 기호는 대화를 녹취하여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소리가 심하게 겹쳐지거나 알아듣기 어려운 내용이 추출되었을 때, 프로그램 내 변환하는 과정에서 추출된 오류를 표기한 것이다. 이렇듯 읽을 수 없는 기호처럼 각자 휘발하고 싶은 부분은 작업에서 묘한 뒤틀림으로 나타난다. 또한 ‘뭍’은 땅 혹은 대지로도 불리우며, 삶의 기반이 되는 표면으로서 '뭍'에 남은 이상하고 뒤틀린 자국을 따라감으로써 휘발되고 사라진 부분을 마주하고자 한다. 본 전시는 세 작가의 개별 작업과 서로가 연동된 공동 작업으로 구성된다. 개별 작업은 각자 작업을 이어갈수록 음영과 아우라만 남게 된 결여의 조각을 추적하며 이를 의식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작업으로 시각화했다면, 공동 작업은 그 요소들이 휘발되고 난 후의 모습을 드러내어 음영만 남겨진 이면의 조각들을 불러내고자 한다. 공동 작업에서는 뭍에 존재하던 물 웅덩이를 직접 불러냄으로서 눈으로 직접 휘발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들은 각자의 조각이 휘발시키고 싶으면서도 작업의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애증의 대상이지만, 이미 나 자신과 떼어놓을 수 없는 것임을 고백한다. 이처럼 본 전시에서의 결여된 조각, 즉 결국 휘발되고 싶어 하는 이 부분이 작업의 근본적인 시작점이었기 때문에 애증의 관계에 놓여 있으면서도 끝까지 떨쳐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를 통해서 그 존재를 깨닫는 것과 동시에 반복적으로 점차 마주하다 보면 언젠가는 작업에서도 이를 당당히 드러내 보이며 더 성장해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도 인지하고자 하지만 매번 빗겨나가게 되는 작업의 핵심을 결국 끝까지 드러내지는 못하더라도 작가는 작업을 이어나가는 것의 중간 과정으로서 휘발되고 싶은 부분을 수면 위로 건져내 보이고자 한 의미 있는 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획 이윤서